CODE - The Hidden Language of Computer Hardware and Software를 읽고서 (2)

목차

• 친한 친구와의 대화
• 부호와 조합
• 점자와 이진 부호
• 전등을 분해해봅시다
•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
• 전신과 릴레이
• 우리가 사용하는 열 개의 숫자들
• 십진수 이외의 것
• 비트, 비트, 비트
• 논리와 스위치
• 빌 게이츠? 논리 게이트!
• 이진 덧셈기
• 그렇다면 뺼셈은 어떨까요?
• 피드백과 플립플롭
• 바이트와 16진수
• 메모리를 만들어봅시다
• 혼자서 움직이는 컴퓨터
• 주판에서 반도체까지
• 두 가지 고전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들
• 아스키코드와 문자의 변환
• 버스에 올라탑시다
• 운영체제
• 고정소수점과 부동소수점
• 고수준 언어와 저수준 언어
• 그래픽 혁명

 

책 소개

CODE 코드 - 예스24

 

점자와 이진 부호

새뮤얼 모스가 문자를 해석 가능한 부호로 훌륭하게 변환해 낸 최초의 인물은 아닙니다. 더욱이 많은 사람이 그 이름보다 그가 만든 부호를 더 많이 기억하게 되는 첫 번째 사람도 아닙니다. 이러한 명예는 당연히 새뮤얼 모스보다 18년 뒤에 태어났으나 훨씬 더 일찍 자신의 부호를 만들어낸 시각 장애가 있는 프랑스의 한 젊은이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루이 브라이(Louis Braille)는 1809년 프랑스 파리에서 4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꾸브레이(Coupvray)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마차용 장비를 만드는 일을 했는데, 3살이 되던 때 그는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놀다가 송곳에 눈을 찔리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이 상처가 감염되고 다른 쪽 눈에도 전이되어 완전히 실명하게 됩니다. 그 당시 많은 시각 장애인들이 그러하듯 그도 무지하고, 가난한 삶에 내몰릴 운명에 직면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어린 루이의 총명함과 배움에 대한 열망이 알려짐으로써 지역의 사제와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다른 아이들과 같이 지역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고, 10살 때는 파리의 왕립맹아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루이 브라이

시각 장애인의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당연히 인쇄된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파리의 왕립맹아학교를 설립한 발라탱 아우이(Valentin Hauy)는 촉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종이 위에 문자가 볼록 튀어나온 돋움 문자를 사용하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는 사용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극소수의 책만이 이 방법을 채택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눈이 보였던 아우이에게 'A'는 'A'여야 하고, 보기에도 'A'라는 문자로 보여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던 것이지요. 아우이는 아마도 알파벳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부호를 취하는 것이 시각장애인에게는 훨씬 더 적합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겠지요.

 

이를 대체할 부호는 전혀 생각지 않은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육군 대위 샤를 바비에르(Charles Barbier)가 1819년에 '야간 기록(night writing)'이란 시록 체계를 고안한 것이지요. 이 기록 체계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는 야간에 병사들끼리 노트를 돌려보며 메시지를 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두꺼운 종이 위에 튀어나온 점과 선 패턴을 조합하는 체계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달할 메시지가 있는 병사들은 송곳 비슷하게 생긴 철필로 쿡 찔러서 볼록하게 점과 선 모양을 만들면 되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바이에르가 만든 기록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긴 문장이나 책을 적는 데 쓰기에는 매우 부적합했습니다.

 루이 브라이는 12살 때 이미 바비에르의 기록 체계에 익숙해졌습니다. 볼록 튀어나온 점 형태의 기록 체계는 손가락으로 읽어내는 데 편할 뿐만 아니라, 기록하기에도 간편하였기 때문에 그는 이런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게 되지요. 왕립맹아학교의 학생은 종이와 철필만 있다면 실제로 쓰고 그걸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브라이는 이 기록 체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고민하였고, 3년 후 그의 나이 15살 때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기록 체계의 기반이 되는 그 자신의 부호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브라이가 만든 점자 체계를 바탕으로 확장된 점자 체계는 글을 접하고자 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오디오 북과 더불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통하고 있으며,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인들이 책을 읽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기중한 기록 체계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엘리베이터나 자동인출기 등 공공기기에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점자가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되었지요.

 

점자에서 일반적인 글에 사용되는 문자, 숫자, 문장부호와 같은 모든 기호는 2열 3행짜리 한 칸 내에 존재하는 하나 이상의 볼록한 점으로 부호화되어 있습니다. 한 칸 안에 존재하는 점에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1에서 6까지의 숫자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1  O  O 4

2  O  O 5

3  O  O 6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점이 이진(binary)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지요. 점자의 점은 튀어나왔거나 평평한 두 가지 상태 중의 하나니까요. 이 말은 우리가 이전에 모스부호와 조합적 분석에 대하여 배웠던 내용을 점자에도 써먹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6개의 점은 각각 튀어나왔거나 평평한 두 가지 중의 한 상태를 가질 수 있으므로, 6개의 점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최대 조합의 수는 2x2x2x2x2x2이 되므로 2^6 즉 64입니다.

예를 들어, you and me라는 문구를 점자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적으면 됩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한 단어에서 각 문자를 약간의 공백으로 구분되고 각 단어는 볼록한 점이 없는 한 칸 넓이의 공백으로 구분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루이 브라이가 고안한 점자의 기본 체계이며, 적어도 라틴 문자를 표현하는 데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숫자를 표시하는 점자가 문자와 겹치는 것을 알수 있다.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 대문자 글자표(⠠) : 바로 뒤 한 글자만 대문자임을 나타낸다.
• 대문자 단어표(⠠⠠) : 단어 내에서 두 글자 이상이 대문자임을 나타낸다. 문장부호, 빈칸 등 알파벳이 아닌 기호들이 나오기 전까지의 모든 글자들은 대문자로 간주된다. 만약 이들 기호가 아닌 알파벳으로만 이루어진 단어 내에서 대문자 표기가 끝날 때는 후술 할 대문자 종료표를 사용한다.
• 대문자 구절표(⠠⠠⠠) : 세 개 이상의 기호열이 모두 대문자임을 나타낸다. 대문자 구절표의 효력은 후술 할 대문자 종료표에 의해서만 종료되며, 종료표가 나오기 전까지의 모든 글자들은 대문자로 간주된다.
• 대문자 종료표(⠠⠄) : 대문자 구절표 및 단어표의 효력이 끝났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문자 단어표와 함께 쓰일 때는 한 단어 내에서 대문자 표기가 끝날 때만 사용된다.

숫자 점자는 만국 고통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지역의 점자체계에서 동일하게 숫자표(⠼)를 전치하여 표기한다.

 

요약하자면, 이 장에서는 이진 요소인 점 6개를 조합하여 64개의 가능한 부호를 만들어내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64개의 부호들 중 많은 부호가 문맥에 따라 두 가지 역할과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음을 보았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숫자를 나타내기 위한 숫자 표시 부호와 숫자 표시 부호를 취소시키기 위한 문자 표시 부호가 각각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호들은 해당 부호의 뒤에 나오는 부호들의 의미를 문자에서 숫자로, 숫자에서 문자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부호들을 일반적으로 선행 부호 또는 시프트(shift) 부호라 부르며, 이 부호 뒤에 나오는 부호의 의미를 시프트가 풀릴 때까지 계속하여 변경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문자 표시 부호는 바로 뒤의 한 글자에 대하여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부호는 이스케이프(escape) 부호라 부릅니다. 이 부호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부호의 해석 과정에서 '탈출(escape)'하여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해 줍니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시프트 부호와 이스케이프 부호는 이진부호를 이용하여 글을 표기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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