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지고 있는 금은 최소한 46억 년은 된 것이다. 왜냐면, 금은 결코 지구에서 생성될 수 없는 금속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어디에선가 생성된 금이 46억 년 전 태양계 초창기 지구가 만들어질 때 마그마 상태의 지구로 흘러들어왔고, 그것이 지하에서 금맥을 형성하여 광부의 손에 채굴되고 금은방을 거쳐 당신에게 온 것이다.
금의 독보적인 특성
여명기 때부터 인류의 문명사에 깊숙이 관여한 금은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쯤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금은 구리 다음으로 인간이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으로,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인은 금으로 만든 투구를 사용했다.
또한 이집트의 왕릉에서 출초된 호화로운 금제품을 비롯해 잉카문명 등에서 보이는 다양한 금제품을 보더라도 인류가 고대로부터도 금을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금을 최초로 화폐로 사용한 사람은 그리스인이었는데, 로마와 인도도 이 제도를 이어받아 금화를 만들어 사용했다.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중세에 와서 연금술을 발달시켰고, 또 당시의 사상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마르코 폴로의 모험이나 콜럼버스의 항해도 동양의 금을 구하려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으며, 근세 유럽의 발전도 금, 은의 무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16세기의 중남미 침략의 시발점으로 19세기 북아메리카의 골드러시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으며, 남아프리카 및 오스트레일리아의 개발도 그 여파라 할 수 있다.
인류는 왜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금을 좋아하는 걸까?
금은 화학원소 기호가 Au이며, 원자번호 79이다. 금 원자의 핵 속에 양성자가 무려 79개나 들어 있다는 뜻이다. 금은 매우 무거운 금속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 중 금보다 무거운 원소는 그리 많지 않다.
노란색을 띠는 금의 가장 큰 특성은 연성과 전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실처럼 길게 늘이거나 엷게 펼 수 있다. 일례로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인치인 정육면체의 금을 넓게 펴면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0m인 공간을 뒤덮을 수 있을 만큼 넓게 펴진다. 또 금 1그램으로는 3000m 이상의 금선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녹이 슬지 않고 아름다운 광택을 유지하므로 도금을 이용하여 장신구 제작에 많이 사용되었다.
금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수천 년 이상 화폐로 쓰였으며, 현대에는 치과, 전자제품뿐 아니라, 전자공학 특히 인쇄기판이나 실리콘(규소)을 겉에 입힌 반도체에 쓰이는 등 그 용도가 광범하다.
우주의 원소 제조창
그리면 금은 대체 우주의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된 것일까? 금의 생성을 말하기 전에 우주에서 원소들이 어떻게 출현했는가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직후 1초 만에 우주공간에 가장 많이 나타난 원소는 수소(H)였다. 수소는 원자번호 1번으로 양성자 하나에 전자 하나가 붙어 만들어진 가장 간단한 원소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나 그 후 수많은 과학자가 찾아 헤맸던 아르케(Arche), 곧 만물의 근원은 바로 이 수소였다.
수소를 탄생시킨 빅뱅의 우주공간은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에 일부 수소 원자들은 핵융합을 시작해 분 후에는 헬륨(He)을 생성했고, 우주는 이후 수소 92%와 헬륨 8%의 조성비를 유지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우주의 조성비도 수소, 헬륨 외의 중금속은 1% 미만이다.
대폭발 핵합성은 우주 창조 후 3분에서 20분 정도까지만 일어났으며,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4 및 중수소의 대부분을 형성했다. 그 후 우주는 팽창과 더불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대폭발 핵삽성이 매우 짧은 시간에 끝났으며, 원자번호 3번 리튬(Li)을 약간 만들었을 뿐 그 이후의 중원소는 합성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자연계에 있는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U)까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답은 별이다. 태양 같은 작은 별은 헬륨 이상의 중원소는 합성하지 못하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별들은 별 중심의 핵융합으로 계속 헬륨 이후의 중원소들을 합성해 나간다. 그러나 원자번호 26번 철까지가 한계다. 철은 가장 안정된 원소로서 일반적인 항성의 핵융합으로는 생성할 수 없다.
이처럼 산소나 탄소같이 대부분의 흔한 원소들은 별 내부에서 합성되어 초신성과 같은 별의 폭발 과정을 통해 생성되고 별의 죽음과 함께 우주에 널리 퍼졌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 대부분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다.
그러면 철 다음의 코발트(Co) 이후 금, 은(Ag), 우라늄까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모두 초신성(supernova) 폭발 때 만들어진 것이라는 가설이 대세였다. 하지만 보통 크기의 항성 내부에서 금이나 백금처럼 무거운 원소들이 산소나 탄소처럼 쉽게 생기기는 어려우므로 지구에 존재하는 금이나 백금의 기원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가 마침내 초신성 핵융합이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태양보다 10배 이상 질량이 큰 별이 초신성 폭발로 생애를 마감할 때 그 엄청난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폭발 직후 단 1초 사이에 철보다 무거운 중금속들이 일시에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태양계에는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태양과 지구가 탄생하기 전에 이미 초신성 폭발을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성자별들이 충돌하면 벌어지는 일
그러나 우리 태양계에 있어 금의 상대적 평균 비율은 전형적인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정확한 금의 출생지는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일부 천문학자들은 금과 같은 중성자가 풍부한 중원소의 경우 희귀한 초고밀도의 중성자별 충돌과 같은 폭발에서 가장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중성자별은 별의 리생에 있어 거의 말기에 해당하며 초신성 폭발 후 죽은 초신성의 중심핵이 중성자별을 형성한다. 양성자보다 약간 더 무거운 중성자로만 구성된 중성자별은 현재까지 관측된 우주의 천체 중 블랙홀 다음으로 밀도가 크다. 거의 12~13km의 반지름에 태양의 두 뱅에 달하는 무거운 질량을 가지고 있다. 찻숟갈 하나의 중성자별 물질의 질량이 수십억 톤에 이른다.
이러한 중성자별이 이따금 두 개가 근접한 거리를 두고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천문학자들은 이같이 쌍을 이룬 두 별이 충분히 가까워져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서 계산을 한 결과, 두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감마선이 방출될 정도의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결국 두 별은 블랙홀을 형성하게 되지만 별을 이루고 있던 일부 물질들은 우주로 방출된다. 폭발을 통해 방출되는 물질들은 매우 밀도가 높고 섭씨 10억 정도로 매우 뜨거운 상태이기 때문에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결정핵은 철과 같은 원소를 형성한 뒤 자체적으로 중성자를 흡수해서 금이나 백금 같은 무거운 원소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금이나 백금을 포함한 물질들은 점차 식으면서 우주공간에 넓게 흩어져 성운을 만들고, 이 성운들이 모여서 다시 별과 행성들을 탄생시킨다.
금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수수께끼
중성자별의 충돌 현장이 금의 출생지라고 한다면,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현재 우주에 있는 금의 양이 중성자별이 생성할 수 있는 것보다 5배나 많다는 점이다. 이는 중성자 충돌 외에도 금을 생성하는 다른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초신성뿐 아니라 중성자별 충돌에 관해서도 과학자들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2017년 이러한 충돌의 첫 번째 증거는 금, 스트론튬 및 코발트가 실제로 후자에서 형성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2019년 또 다른 연구도 중성자별이 '원소 공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주의 초신성과 기타 폭발 과정은 빅뱅 이후로 충분히 생성됐다. 그러나 이것은 금과 같은 무거운 원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늘날의 우주에는 중성자별 충돌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초기 우주에서 그 모든 금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중성자별끼리의 충돌률이 너무 낮고 시간 간격이 너무 길어 중성자별 합병만을 통해서는 현재 있는 금의 생성을 설명할 수 없다.
천체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한 가지 가능성은 신비롭고 특히 강한 초신성 폭발이다. 이 초신성에서 매우 거대하고 빠르게 회전하며 강한 자성을 가진 별의 핵이 붕괴해 여느 초신성 폭발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를 방출한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우주에서 거대한 폭발 일부를 관측했다. 이 초신성에서 어떤 원소가 방출되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금과 유사한 무거운 원소의 출생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다만 두 가지 과정이 다 금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과연 금은 주우의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그나마 쉽게 접하는 금에도 이처럼 우주의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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