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주식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주식이 아니라 그 주식을 사고파는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목차
story 1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story 2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부터가 리스크일까
story 3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
story 4 시간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니
story 5 부자가 될 것인가, 부자로 남을 것인가
story 6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story 7 '돈이 있다'는 것의 의미
story 8 페라리가 주는 역설
story 9 부의 정의
story 10 뭐, 저축을 하라고?
story 11 적당히 합리적인 게 나을까, 철저히 이성적인 게 좋을까
story 12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다
story 13 안전마진
story 14 과거의 나 vs 현재의 나
story 15 보이지 않는 가격표
story 16 너와 나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story 17 비관주의의 유혹
story 18 "간절하면 믿게 되는 법이죠"
story 19 돈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 몇 가지
story 20 나의 투자 이야기
위키피디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항목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이렇게 시작한다. "로널드 제임스 리드(Ronald James Read)는 미국의 독지가, 투자자, 잡역부, 주유소 직원이었다." 로널드 리드는 버몬트주 시골에서 태어났다. 가족 중에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더욱 인상적인 것은 매일 학교까지 히치하이킹을 해서 갔다는 점이다. 사실 로널드 리드를 알았던 사람들은 그에 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이 별로 없었다. 자신들 못지않게 리드의 삶 역시 그리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드는 주유소에서 25년간 자동차를 수리했고 JC페니 백화점에서 17년간 바닥을 쓸었다. 38세에 방 두 개짜리 집을 1만 2,000달러에 사서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으며, 50세에 홀아비가 되어 다시는 결혼하지 않았다. 어느 친구의 회상에 따르면 리드의 가장 큰 취미는 장작 패기였다고 한다. 2014년 리드는 92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러고 나서 이 시골의 허름한 잡역부는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4년에 죽은 미국인은 281만 3,503명이다. 그중에 세상을 뜰 당시 순자산이 800만 달러가 넘은 사람은 4,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로널드 리드는 그중 한 명이었다. 유언장에는 의붓자식에게 200만 달러를, 그리고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600만 달러 이상을 남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리드를 알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대체 그 돈이 다 어디서 난 거야?
별다른 비밀은 없었다. 그는 복권에 당첨된 적도 없고, 유산을 물려받은 적도 없었다. 자신이 번 얼마 안 되는 돈을 저축했고 그 돈을 우량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수십 년간 말이다. 그러는 동안 쥐꼬리만 한 저축이 복리로 불어나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됐다. 그게 전부다. 그렇게 잡역부가 독지가가 된 것이다.
로널드 리드가 죽기 몇 달 전, 뉴스에 등장한 또 다른 남자가 있다. 리처드 퍼스콘(Richard Fuscone)이라는 사람이었다. 로널드 리드와는 손톱만큼도 닮은 점을 찾을 수 없는 이였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 MBA 학위를 따고 메릴린치의 중역을 지낸 퍼스콘은 금융 분야에서 대단히 크게 성공을 거두어 40대에 이미 자선사업가가 되었다. 한때 메릴린치의 CEO였던 데이비드 코만스키는 퍼스콘을 이렇게 칭송했다. "그는 비즈니스에 통달하고, 리더십이 있으며, 건전한 판단력과 개인적 진실성을 지닌 사람이다." 비즈니스 매거진 <크레인스>는 한때 퍼스콘을 '40세 이하 40인의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금화로 물수제비를 뜨던 기술 기업 경영자처럼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퍼스콘은 2000년대 중반에 큰돈을 빌려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 있는 1만 8,000평방 피트 규모의 자택을 구입해 확장 고사를 했다. 화장실 11개, 엘리베이터 두 개, 수영장 두 개, 차고 일곱 개가 있는, 한 달 유지비만 9만 달러가 드는 대저택이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퍼스콘의 재산은 순식간에 먼지가 됐다. 큰 부채와 비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퍼스콘은 파산했다. 2008년 파산법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저는 수입이 전혀 없습니다."
가장 먼저 팜비치에 있던 그의 집이 압류됐고, 2014년에는 그리니치의 저택이 압류됐다. 로널드 리드가 자선단체에 재산을 남기기 다섯 달 전, 리처드 퍼스콘의 집은 저당물 경매에서 보험회사가 산정한 가치의 75퍼센트도 되지 않는 금액에 팔렸다.
로널드 리드는 인내했다. 리처드 퍼스콘은 탐욕을 부렸다. 바로 이것이 두 사람 인생에서 교육과 경험으로 생긴 엄청난 격차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두 사람이 금융에 대해 가지고 있던 독특한 태도다. 대학 졸업장, 교육, 배경, 경험, 연줄 등이 없는 사람이 최고의 교육을 받고 최고의 연줄을 가진 사람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또 어디 있을까? 나로서는 떠오르지 않는다.
위에 예로 보자면, 금융 성과가 지능, 노력과 상관없이 운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두 번째는 금융 성공은 대단한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금융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고, 소프트 스킬에서는 아는 것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
이 소프트 스킬을 가리켜 나는 "돈의 심리학"이라고 부른다. 이 책의 목표는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돈의 기술적 측면보다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함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리드와 퍼스콘 같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 사이에 위치할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소프트 스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금융을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공식에 데이터를 넣으면 공식이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러면 우리는 그냥 그대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금융에서는 맞는 말이다. 개인 금융에서는 6개월 치 비상 자금이 있어야 하며 월급의 10퍼센트를 저축하라고 말한다. 투자에서도 맞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하나라도 나쁘다거나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뭘 해야 할지 아는 것'만으로는 당신이 그것을 시도할 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구나 영향을 받는 주제가 두 가지 있다. 바로 건강과 돈이다.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의료 보건 업계도 큰 업적을 이루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고, 인체의 원리에 대한 생각은 여러 가지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대체되었다. 그 덕분에 사실상 모든 사람이 더 건강해졌다. 하지만 돈을 다루는 업계, 다시 말해 투자와 개인 금융, 사업 기획 등을 다루는 업계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지난 20년간 금융 업계는 최고 대학 출신의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무더기로 쓸어갔다. 10년 전, 금융공학은 프린스턴 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이었다. 그러나 금융공학이 우리는 더 나은 투자자로 만들어주었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있을까? 나는 보지 못했다. 우리는 그동안 집단적 시행착오가 우리에게 개인금융을 개선하는 버을 알려주었을까? 우리는 빚에 덜 허덕이게 되었을까? 만약을 대비해 더 많이 저축하고 있을까? 은퇴를 더 잘 준비하고 있을까? 돈이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지에 대한 더 현실적인 관점을 갖게 됐을까?
나는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돈을 물리학(규칙과 법칙이 있는)과는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반면, 심리학(감정과 뉘앙스가 있는)과는 비슷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이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로, 나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의학은 인간에게 이롭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지만, 금융은 오히려 인간에게 해롭고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볼테르의 다음의 말을 좋아한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는 돈에 대한 우리의 행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갖고 있다. 내가 겪은 일은 간접적으로 아는 내용보다 훨씬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돈의 원리에 대한 일련의 관점을 닻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 관점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당신한테는 미친 짓처럼 보이는 일이 나에게는 이해가 되는 일일 수도 있다.
부유한 은행가의 자녀는 빈곤 속에서 자란 사람의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생각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자란 사람은 안정적인 시절에 자란 사람이 겪을 필요가 없는 일들을 경험한다. 대공황기의 증권 중개인은 19990년대 말의 영광을 온몸으로 누린 기술 노동자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을 겪고 모든 것을 잃었다. 30년 동안 경기침체라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는 호주인의 경험을 그 어떤 미국인도 이해하지 못했다.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경험의 목록은 끝이 없다.
돈에 관해 당신은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을 테고, 그점은 나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나와는 다른 신념, 목표, 전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똑똑하거나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똑같이 설득력 있는, 서로 다른 경험을 통해 형성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투자가 마이클 배트닉(Michael Batnick)은 이렇게 말했다.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교훈도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런 진실의 피해자일지 모른다.
세상의 원리에 대한 그 사람만의 정신 모형 속에 그 사람이 당시 보유한 정보를 집어넣어 보면, 사람들이 돈에 대해 내리는 의사결정은 모두 타당하다. 이 사람이 잘못된 정보를 입수할 수도 있다. 불완전한 정보를 가질 수도 있다. 수학을 잘 못할 수도 있다. 썩어빠진 마케팅에 넘어갈 수도 있다. 뭔지 모르면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자기 행동의 결과를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언제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금융 의사결정은 그 순간 판단을 내리는 그 사람에게는 타당한 것이다. 그래서 확인란에 모두 체크 표시를 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자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그동안 그 사람만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돈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누구나 미친 짓을 한다. 거의 모두가 이 게임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는 미친 짓처럼 보이는 일이 나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미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을 근거해서 주어진 순간에 자신에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내릴 뿐이다.
당신은 투자에 있어 안전지향적인가, 위험선호형인가
사람에 따라 왜 이런 차이가 있는가?
두 경제학자가 발견한 사실에 따르면 사람들의 투자 결정은 본인 세대의 경험, 특히 성인기 초기의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투자자 각자의 위험 선호도는 개인의 경험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능도, 교육도 아니었다.
순전히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 하는 우연에 좌우될 뿐이다.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부터가 리스크일까
행운과 리스크는 한 뿌리에서 나온 것들이다. 행운과 리스크는 인생의 모든 결과가 개인의 노력 외에 여러 힘에 의해 좌우됨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결코 없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가 있는 중등학교에 다녔는데, 당시에 이런 학교는 전 세계에 몇되지 않았다. 시애틀 외곽에 있는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 컴퓨터가 생긴 과정도 놀랍다. 이 학교의 교사였던 빌 두걸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조종사였으나 고등학교 수학 및 과학 선생님이 되었다. 빌 게이츠는 동창이자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설립한 폴 앨런은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선생님은 세상 경험 없이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다. 또한 선생님은 우리가 대학에 가려면 컴퓨터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
1968년 두걸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메인프레임 단말기에 연결된 텔레타이프 모델 30(Teletype Model 30)을 임차하기 위해 자선바자 수익금 3,000달러를 쓰게 해달라고 레이크사이드 어머니회에 요청했다. 빌게이츠는 이 에피소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임차는 1965년에야 발명된 개념이다. 그는 상당히 앞을 내다보는 분이었다."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원조차 빌 게이츠가 중학교 2학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첨단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았다. 빌 게이츠는 이 컴퓨터에 흠뻑 빠져들었다.
빌 게이츠는 13세였던 1968년에 학교에서 폴 앨런을 만났다. 폴 앨런 역시 학교 컴퓨터에 매료되어 있었고 둘은 죽이 잘 맞았다.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서 컴퓨터는 일반 교과과정은 아니었고, 독립적인 스터디 프로그래이었다. 빌과 폴은 여가 시간에 이 컴퓨터를 마음껏 갖고 놀며 창의력을 폭발시켰다. 방과 후, 늦은 밤, 주말까지 이어졌다. 두 사람은 금세 컴퓨터 전문가가 되었다.
폴 앨런의 회상에 따르면 그렇게 컴퓨터를 가지고 놀던 어느날 늦은 밤에 게이츠가 <포춘>잡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포춘 500대 회사를 운영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폴 앨런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빌 게이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젠가 우리도 컴퓨터 회사를 갖게 될 거야."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가치는 현재 3조 달러가 넘는다.
간단히 계산 해보자. UN에 따르면 1968년 당시 전 세계에는 대략 3억 300만 명의 중등학교 연령의 인구가 있었다. 그중 미국에 살던 사람은 1,800만 명이고, 여기에서 워싱턴주에 살던 사람은 27만 명이다. 또한 이 중에 시애틀 인근에 살던 사람은 10만 명이 조금 넘고,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 다니던 사람은 겨우 300명 정도였다.
3억 300만 명으로 시작해서 300명으로 끝난다. 중등학교 연령대 인구 100만 명 중 한 명은 컴퓨터를 살 만한 현금과 선견지명을 갖춘 고등학교에 다닌 셈이다. 그리고 우연히도 빌 게이츠는 그 300명 중 한 명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빌 게이츠도 숨길 생각이 없다. "만약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가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없었을 겁니다." 2005년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빌 게이츠는 충격적일 만큼 똑똑하고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10대 때 이미 노련한 컴퓨터 회사의 경영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할 컴퓨터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또한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100만 명 중 한 명 밖에 누리지 못한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빌 게이츠의 친구 켄트 에번스(Kent Evans)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켄트 역시 폴 앨런처럼 빌 게이츠와 똑같은 힘과 똑같은 강도로 형제지간 같은 사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덕에 빌 게리츠와 폴 앨런은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레이크사이드 시절로 다시 돌아가보면 이 중등학교 컴퓨터 천재 일당 중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세 번째 멤버가 있었다.
켄츠 에번스와 빌 게이츠는 중학교 2학년 때 절친한 사이가 됐다. 빌 게이츠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겐트 에번스는 학급 최고의 학생이었다. 빌 게이츠는 다큐멘터리에서 두 사람이 "전화로 말도 안 될 만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라고 회상했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켄트의 전화번호를 알아요. 525-7851이에요."
폴 앨런과 달리 켄트 에번스는 빌 게이츠의 사업가적 마인드와 끝없는 야망을 공유했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회상한다. "켄트는 늘 변호사들이 쓰는 것 같은 커다란 서류가방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우리는 늘 5,6년 후에 뭘하고 있을지 그림을 그렸죠. CEO 가 되어 있을까? 우리가 세상에 어떤 충역을 줄 수 있을까? 군 장성이 되어야 하나? 외교관이 되어야 하나?" 뭐가 됐든 빌과 켄트는 앞으로 둘이 함께할 것이라 믿었다. 켄트와의 우정을 추억하던 빌 게이츠는 이내 말소리가 작아진다. "우리는 계속 함께 일했을 거예요. 대학도 분명 같이 갔을 겁니다." 켄트 에번스는 빌 게이츠,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켄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등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에서는 매년 35명 내외의 사람들이 등반 사고로 숨진다. 그리고 중등학교 때 산에서 숨질 확률은 대략 100만 분의 1 정도다. 빌 게이츠가 레이크사이드 중등학교에 다닌 것은 100만 분의 1의 확률에 해당하는 행운이다. 켄트 에번스가 빌 게이츠와 함께 이루기로 한 일을 끝내지 못한 것은 100만 분의 1의 확률에 해당하는 리스크다. 똑같은 힘이 똑같은 강도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했다.
행운과 리스크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결과가 단순히 개인의 노력 말고도 여러 가지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두 가지는 워낙에 비슷하기 때문에 한 가지를 믿으려면 다른 한 가지도 같은 정도로 존중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00퍼센트 우리의 행동이 100퍼센트 우리의 결과를 좌우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행운도, 리스크도, 측정하기는 너무나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아서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가 한 명 있을때마다, 똑같은 재주와 의지를 가졌으나 인생이라는 룰렛의 반대편에서 끝난 켄트 에번스가 한 명씩 있다. 우리가 행운과 리스크를 제대로 존중한다면 사람들의 경제적 성공을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결코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리스크와 행운은 도플갱어다.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가 행운이고, 어디까지가 재주이고, 어디부터가 리스크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 이점은 우리가 돈을 경영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아내고 싶을 때 마주치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두 가지 조언이 있다.
누구를 칭송하고 우러러볼지, 반대로 누구를 무시하면서 저런 꼴만은 피하고 싶다고 여길지 신중하게 결정하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결과가 100퍼센트 노력이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때를 조심하라. 갓 태어난 아들에게 내가 쓴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떤 사람은 교육을 권하는 가정에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교육을 반대하는 가정에서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모험 정신을 장려하는 경제 번영기에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전쟁과 결핍의 시대에 태어난다. 나는 네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네 힘으로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모든 성공이 노력 덕분도 아니고 모든 빈곤이 게으름 때문도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아두어라. 너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판단할 때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라.
성공에서 행운이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한다면, 리스크의 존재는 우리가 실패를 판단할 때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뜻임을 아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없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당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건다는 것은 그냥 말도 안 되는 짓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멈출 수 있는 골대를 스스로 세우는 일이다.
스스로를 멈추게 하는 골대, 즉 목표를 세우는 것, 이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결과와 함께 기대치가 상승한다면 아무 논리도 없이 더 많은 것을 얻으려 분투하게 되어있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도 느낌은 같을 것이다. 더 많은 것(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명성)을 얻고 싶은 바람이 만족보다 야망을 더 빨리 키운다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경우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면 골대는 두 걸음 멀어진다. 그러다 나 자신이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걸 따라잡을 길은 점점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밖에 없다.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아마 두 가지는 서로 함께 갈 것이다. 또래들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더 힘들게 노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은 아무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 행복이다.
문제는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연봉 50만 달러를 받는 신인 야구선수가 있다고 생각해보자.생각해 보자. 무슨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는 부자다. 그런데 그가 뛰는 팀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 마이크 트라우트(Mike Trout)가 있다고 해보자. 트라우트는 12년간 4억 3,0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트라우트와 비교를 하는 순간 이 신인 선수는 파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마이크 트라우트 입장을 생각해 보자. 1년에 약 3,600만 달러는 말도 안 되는 큰돈이다. 하지만 2018년 헤지펀드 매니저 연봉순위 10위안에 이름을 올리려면 연간 최소 3억 4,000만 달러는 벌어야 한다. 트라우트 같은 사람은 그런 이들과 자신의 소득을 비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연간 3억 4,000만 달러를 버는 헤지펀드 매니저는 헤지펀드 매니저 연봉순위 5위 안에 든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들은 2018년에 최소 7억 7,000만 달러를 벌었기 때문이다. 최고 순위에 있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워런 버핏 같은 사람을 의식할 것이다. 버핏의 개인 자산은 2018년에 35억 달러가 늘었다. 그리고 버핏 같은 사람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를 바라볼지도 모른다. 2018년에만 240억 달러가 늘어난 베조스의 순자산의 전체는 '부자' 신인 선수가 1년 내내 번 돈보다 분당 더 큰 액수를 기록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 그 천장은 너무 높아서 사실상 아무도 닿을 수 없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유일하게 이기는 방법은 처음부터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게 주변 사람들보다 적더라도 말이다.
당신이 부자가 되었을 때 다음 네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
하나, 얼마나 더 벌고 싶은가?
둘,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진 않은가?
셋, 충분하다고 느끼는가?
넷, 돈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억하자. 라스베이거스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들어오자마자 나가는 것이다.
시간이 너희를 부유케 하리니
워런 버핏은 경이로운 투자자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모두 투자 감각 덕으로만 돌린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그가 무려 75년 동안 경이로운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30대에 투자를 시작해 60대에 은퇴했다면 그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작은 사고 실험을 한번 해보자. 버핏이 진지하게 투자를 시작한 것은 열 살 때였다. 서른 살이 됐을 때 순자산은 당시 100만 달러,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930만 달러였다. 만약 그가 좀 더 평범한 사람이어서 세상을 탐험하고 자신의 열정을 찾는 데 10대와 20대를 보냈다면 서른 살에 순자산이 대략 2만 5,000달러쯤이나 됐을까?
그래도 그가 계속해서 연간 22퍼센트라는 놀라운 투자수익률을 거두었다고 치자. 그러다가 예순이 됐을 때 투자를 그만두고 은퇴해 골프나 치며 손주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해보자. 지금 그의 순자산은 대략 얼마 정도일까? 845억 달러는 아닐것이다. 1,190만 달러. 그의 실제 순자산보다 99.9퍼센트가 적은 금액이다.
사실상 워런 버핏의 경제적 성공은 모두 사춘기 시절에 쌓았던 금전적 바탕과 노년기까지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은 덕분이다. 그의 재주는 투자였지만, 그의 비밀은 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복리의 원리다.
이를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자. 버핏은 시대를 통틀어 가장 큰돈을 가진 투자자이다. 그러나 사실 버핏이 가장 위대한 투자자는 아니다. 적어도 연간 수익률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그렇다. 해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의 수장 짐 사이먼(Jim simons)은 1988년 이후 연간 66퍼센트 수익률로 돈을 불려 왔다. 누구도 근접한 적이 없는 기록이다. 방금 보았듯이 버핏의 수익률은 대략 연간 22퍼센트 정도였으니, 사이먼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이먼스의 순자산은 현재 210억 달러다. 사이먼스는 버핏보다 75퍼센트 덜 부자인 것이다. 만약 사이먼스가 앞에서 본 것처럼 더 훌륭한 투자자라면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사이먼스는 쉰 살이 되서야 투자 성과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가 돈을 불릴 수 있던 세월은 버핏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만약 사이먼스가 연간 66퍼센트 수익률로 버핏처럼 70년간 부를 쌓았다면 그의 재산은 6,390경 781조 7,807억 4,817만 달러가 됐을 것이다!
말도 안되게 비현실적인 숫자다. 핵심은 작은 변화처럼 보이는 가정이 말도 안 될 만큼 비현실적인 숫자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려고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직관적으로 보면 그게 부자가 되는 최선의 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것만이 훌륭한 투자인 것은 아니다. 최고의 수익률은 일회성이어서 반복할 수 없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꽤 괜찮은 수익률을 계속해서 올리는 게 더 훌륭한 투자다.
최대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투자 말이다. 여기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복리의 원리다.
부자가 될 것인가, 부자로 남을 것인가
파국은 피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백만 가지가 있고 그 방법을 다룬 책도 많다. 그러나 부자로 '남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검소함과 편집증이 어느 정도 합쳐져야 한다.
자본주의는 녹록하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잃지 않는 것이 전혀 다른 별개이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것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재주를 요한다. 검소해야 하고, 또한 돈을 벌 때만큼이나 빨리 돈이 사라질 수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야아 한다. 번 돈의 적어도 일부는 행운의 덕이므로 과거의 성공이 되풀이할 거라 믿지 말고, 절제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복리의 원리가 빛을 발하려면 자산이 불어날 수 있게 오랜 세월을 허락해야 한다. 복리는 마치 참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1년 키워서는 별로 자란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10년이면 의미 있는 차이가 생길 수 있고, 50년이면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성장을 이루고 지켜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겪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오르막, 내리막을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워런 버핏이 어떻게 그런 투자수익률을 거두었는지 알아내려고 밤낮으로 매달릴 수도 있다. 그가 어떻게 최고의 기업과 가장 값싼 주식과 최고의 매니저들을 찾아냈는지 연구할 수도 있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덜 어려우면서도 똑같이 중요한 일이 있다. 버핏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주목하는 것이다.
- 그는 빚에 흥분하지 않았다.
- 그는 패닉에 빠져 주식을 파는 일 없이 14번의 경기침체를 모두 견뎠고 살아남았다.
- 그는 자신의 사업적 명성을 더럽히지 않았다.
- 그는 한 가지 전략, 한 가지 세계관,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트렌드에 집착하지 않았다.
- 그는 남의 돈에 의존하지 않았다.
- 그는 스스로를 녹초로 만들거나. 중도 포기하거나, 은퇴하지 않았다.
그는 살아남았다. 생존이 그의 장수비결이다. 장수는 복리의 기적을 일으킨다.
- 파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가장 큰 수익을 얻는다.
-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세운다.
-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비관적이어야 한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부자로 남지는 않는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자로 남는 것이다. 바로 살아남는 일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맞는가, 틀린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옳았을 때 얼마를 벌었고, 틀렸을 때 얼마를 잃었는가이다.
금융에서는 롱테일(long tail), 즉 결과 분포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끝단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다. 몇 안 되는 소수의 사건이 결과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것이다. 롱테일의 수학적 원리를 이해한다 해도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절반이 틀려도 여전히 크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많이 실패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뜻이고, 우리가 이 사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했을 때 과잉반응을 보이게 된다.
크고, 돈이 되고,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것들은 모두 '꼬리 사건(tail event)'이라 부르는 아주 이례적인 사건의 결과다. 꼬리 사건은 1,000분의 1 내지는 100만 분의 1 확률로 일어나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의 결과다. 우리의 관심은 대부분 크고, 돈이 되고,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것을 향한다. 우리가 이례적인 사건의 결과에 관심을 주다 보면, 그런 것들이 얼마나 희귀하고 강력한 사례인지 과소평가하기 쉽다.
비즈니스, 투자, 금융에서 꼬리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많은 것들이 잘못 되고,. 망가지고, 실패하고, 추락하는게 '정상'임을 깨닫게 된다. 주식을 잘 고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절반 정도는 옳은 선택을 할 것이다.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라면 절반 정도의 제품이나 전략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훌륭한 투자자라면 나쁘지 않은 정도의 시기가 대부분일 것이고, 나쁜 시기도 많을 것이다. 훌륭한 직장인이라면 딱 맞는 분야에서 딱 맞는 회사를 찾아내겠지만 그래도 몇 번의 시도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훌륭했을' 경우다.
항상 해가 뜰 수 없다. 흐린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다. 빚즈니스와 투자도 마찬가지다. 전설의 투자자 피터 린치조차 이렇게 말했다. "이 업계에서 끝내주는 사람이라면 열 번 중에 여섯 번을 맞히겠죠." 중요한 것은 100퍼센트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길 때 크게 이기고, 질 때 작게 지는 것이다. 크게 이기는 그 순간에 집중하라. 꼬리가 전체를 흔든다.
'돈이 있다'는 것의 의미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부자가 되려고 한다. 행복은 복잡한 주제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복에 공통분모(기쁨을 일으키는 보편적 동력)가 하나 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이는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돈에 내재하는 가장 큰 가치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돈이 있으면, 즉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신이 있으면 독립성과 자율성이 조금씩 쌓인다. 언제 무엇을 할지 나에게 더 많은 결정권이 생긴다는 뜻이다.
부를 갖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정도의 부는 내가 아플 때 빈털터리가 되는 일 없이 며칠 일을 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게 가능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부가 그보다 조금 더 있다면 해고가 되더라도 좀더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찾은 일자리에 어쩔 수 없이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단 얘기다.이는 인생이 바뀔 만큼 중요한 일이다. 6개월 치 비상자금이 있다는 것은 상사가 두렵지 않다는 뜻이다. 새 직장을 구하느라 좀 쉬더라도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더 많은 부가 있다는 건 월급이 좀 낮더라도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근시간이 더 짧은 곳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필요할 때가 아니라 자신이 원할 때 은퇴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돈으로 시간과 선택권을 살 수 있다는 건 어지간한 사치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돈의 진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페라리가 주는 역설
그들은 페라리가 자신에게 존경을 가져다줄 거라 생각하며 페라리를 구입했을까?
사람들은 부를 통해 내게 호감을 가지라고, 나를 우러러보라고 남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남들'은 당신을 보고 감탄하는 과정을 건너뛴다. 부가 우러러볼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호감을 얻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벤치마크로 당신의 부를 사용하기 떄문이다.
너는 네가 비싼 차, 고급 시계, 대궐 같은 집을 원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너는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는다. 네가 원하는 것은 남들로부터의 존경과 칭찬이다. 비싼 물건들이 존경과 칭찬을 불러올 거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나 네가 존경과 칭찬을 받고 싶은, 그런 훌륭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부의 정의
돈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려고 돈을 쓰는 것이야말로 돈이 줄어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부(Wealth)는 숨어 있다. 부는 쓰지 않은 소득이다. 부는 나중에 무언가를 사기 위해 아직 사용하지 않은 선택권이다. 부의 진정한 가치는 언젠가 더 큰 부가 되어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살 수 있는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는 데 있다.
뭐, 저축을 하라고?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없으면 불운이 던지는 대로 무엇이든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일정 수준의 소득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세 부류로 갈린다. 저축을 하는 사람, 자신이 저축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저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부를 쌓는 것은 소득, 투자수익률과 거의 관계가 없다. 저축률과 관계가 깊다.
부란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난 후 남은 것이 축적된 것에 불과하다. 소득이 높지 않아도 부를 쌓을 수 있지만, 저축률이 높지 않고서는 부를 쌓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소득과 저축률, 둘 중 무엇이 어느 것이 중요한지는 명확하다.
부의 가치는 상대적이다.
더 적은 돈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면 내가 가진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 격차가 만들어진다. 이는 월급이 커져서 생기는 격차와 비슷하다. 하지만 더 쉽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 저축률이 높다는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것보다 지출이 적다는 뜻이다. 지출이 적다는 것은 저축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연간 투자수익률을 0.1퍼센트 높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까? 전문가들은 수백만 시간의 연구와 수백억 달러어치의 노력을 쏟아붓는다. 그렇다면 잠재적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을 더 추구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전문 투자자들은 투자수익률 0.1퍼센트 포인트를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80시간을 죽어라 일한다. 그러나 더 적은 노력으로도 재무 상태에서 라이프스타일의 거품을 2~3퍼센트 포인트 덜어낼 수 있다.
저축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지출 목표가 없는 저축은 우리에게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며 내가 원하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 내 뜻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해준다. 저축하는 그 한 푼 한 푼은 다른 누군가가 가질 수도 있었던 미래의 포인트를 나에게 돌려주는 것과 같다.
저축이라니, 이 웬 고리타분한 얘기인가. 그럼에도 당신이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
상황에 휘둘려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을 때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갖고 싶을 때
예고 없이 찾아온 황금 같은 투자 기회를 잡고 싶을 때
그 순간 기대 없이 잠자고 있던 저축은 당신의 인생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적당히 합리적인 게 나을까, 철저히 이성적인 게 좋을까?
앞 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인생이 늘 앞뒤가 맞는 건 아니잖아요.
종종 관과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금융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냉철하게 이성적이 되려고 하지 마라. 그냥 '꽤 적당히 합리적인' 것을 목표로 삼아라. 이게 더 현실적이며 장기적으로 고수할 확률도 크다. 돈 관리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의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합리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행활에서는 쉽게 정당화된다는 사실이다. 철저히 이성적인 투자자는 객관적 수치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반면 적당히 합리적인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어떨까. 우리는 회의실에서 나를 존중해주엇으면 싶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경쟁자들과 나를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싶은 배우자와 함께 있거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거나 하는 상태일 수 있다. 엄격한 금융의 렌즈로 볼 때는 종종 무시되는 이 같은 사회적인 요소들이 투자에는 포함되어 있다.
경제나 주식시장에 관한 예측은 대부분 끔찍할 만큼 빗나간다. 그러나 그런 예측을 해보는 것은 적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손톱만큼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비록 그게 사실이라도 힘겨운 일이다. 예측에 기초해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왜 내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해보려 애쓰는지 알 것 같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다. 적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고인이 된 뱅가드의 설립자 존 보글은 그의 커리어 기간 내내 비용이 적게 드는 수동적인 인덱스 상품에 투자할 것을 홍보햇다. 사람들은 존 보글의 태도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아들은 능동적이고 수수료가 높은 헤지펀드 및 뮤추얼 펀드의 매니저였기 때문이다. 존 보글 역시 일부 자금을 아들의 펀드에 투자했다.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족이니까 하는 일도 있잖아요." 보글은 <훨스트리트저널>에 그렇게 밝혔다.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인생이 늘 앞뒤가 맞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로 인생은 앞뒤가 맞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한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분석의 실패가 아니다. 상상력의 실패다.
경제나 투자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똑똑한 행동이다. 역사는 기대치를 조정하게 도와주며, 사람들이 어디서 잘 틀리는지 연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어떤 것이 효과가 있을지 계략적인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더라도 역사는 미래의 지도가 될 수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빠지는 이 함정을 나는 '역사가의 예언 오류'라고 부른다. 혁신과 변화가 목숨과도 같은 분야에서 과거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해 미래 신호를 읽으려고 할 때 생기는 오류다.
우리는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조차 "다시는 이런 실수를 안 해야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예측하지 못해서 실수를 저질럿을 경우 알아야 할 건, 세상이 예측하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놀랐을 때 배워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겁니다. '세상에는 놀랄 일이 생긴다.'
'세상에는 놀랄 일이 생긴다.' 과거에 있었던 놀라운 일들을 미래의 가이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래에 일어날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건에 대해 과거는 가이드를 거의 주지 않거나 전혀 주지 않는다. 그것들은 유례가 없는 사건이 될 것이다. 우ㅖ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준비되어 있지 않을 테고, 해당 사건이 그토록큰 영향을 끼치는 데는 이런 이유가 한몫을 할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나 전쟁처럼 무서운 사건은 물론, 혁신처럼 좋은 사건에도 해당한다. 나는 이 예측이 맞으리라 자신한다. 놀랄 만한 일들이 상황을 가장 많이 바꿔놓았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역사의 주요 지점마다 유일하게 정확했던 예측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기업 분석의 창시자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세기의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
그는 자신의 이론과 공식을 수차례 보완하며 '미래의 예측 불허함'에 찬동했다.
누가 예상을 하고, 예측을 하고, 미래를 점치는가.
확실한 건, 세상에는 예측 불허한 일이 생긴다는 그 사실뿐이다.
안전 마진
아무리 내가 옳다고 해도 내 앞에 있는 칩을 몽땅 걸 수 있는 순간은 없다.
아주 똑똑한 금융 행동이 뚯밖의 장소에서 발견될 떄가 있는다. 이를테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같은 곳에서 말이다. 물론 도박을 하는 모든 사람이 똑똑하게 행동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카드 카운팅(Card counting)을 하는 일부 블랙잭 플레이어를 보면 '실수에 대비한 여지'를 마련해둬야 함을 배울 수 있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 또한 돈 관리를 할 때 중요하게 삼아야 할 교훈이다.
블랙잭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기본 요령은 간단하다.
- 그 누구도 딜러가 다음번에 꺼낼 카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 나온 카드가 무엇이었는지 계속 기억해나가면 아직 쌓여 있는 카드 더미에 어떤 카드가 남아 있을지는 계산할 수 있다.
- 이렇게 하면 딜러가 특정 카드를 꺼낼 '확률'을 알 수 있다.
플레이어는 내가 원하는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으면 더 많은 돈을 걸고, 확률이 낮으면 적은 돈을 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블랙잭에서 카드 카운팅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확률의 게임'을 하고 있을 뿐, 결코 확실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이 옳을 확률이 크지만, 틀릴 확률도 상당하다는 사실을 안다. 이 사람들이 전문 도박꾼임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도 있지만, 사실 이들의 전략은 전적으로 '겸손'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옳다 해도 내 앞에 있는 칩을 몽땅 걸 수 있는 순간은 없다. 세상은 그 누구에게도 친절하지 않다. 적어도 지속적으로 친절하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를지도 모를 실수에 대비한 방책이 필요하다.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계획을 마련해둬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를 피하는 것은 이미 그 정의에서부터 거의 불가능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대비할 수는 없다. 이런 일에서 생기는 피해에 대비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다. 인생의 많은 일에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경험치 중에 '부러질 수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러진다.'라는 것이 있다. 많은 것들이 한 가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한 가지가 부러질 수 있는 것이라면, 이는 참사가 닥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그 '한가지'가 바로 단일 실패점이다.
돈에 관련하여 가장 큰 단일 실패점은 월급에만 의존해서 단기지출 자금을 마련하고 저축을 전혀 하지 않는 바람에, 내가 생각하는 지출과 미래에 혹시 생길 수 있는 지출 사이에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아주 부자인 사람들도 종종 간과하는 한 가지를 앞에서 보았다. '저축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차를 사려고, 집을 사려고, 은퇴 준비를 하려고 저축하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심지어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위해 저축을 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맞을 확률이 95퍼센트이고 틀릴 확률이 5퍼센트라면, 이는 언젠가는 불리한 경우를 경험할 거라는 뜻이다. 그 불리한 경우의 대가가 파산이라면 95퍼센트의 유리한 경우가 있다 해도 그 위험은 감수할 가치는 가 없다.
파산을 하면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 vs. 미래의 나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늘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형편없다. 목표를 상상하는 것은 쉽고 재미있다. 그러나 경쟁적인 목표 아래 현실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상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는 우리가 미래의 경제적 목표를 계획하는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자들이 쓰는 용어 중에 재미있는 말이 하나 있다. '역사가 끝났다는 착각(The End of History Illusion)' 역사는 끝났고 변화는 더 이상 없을 거란 착각이다. 과거에 비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는 예민하게 인지하면서, 미래에 자신의 성격이나 욕망, 목표 등이 변할 수 있음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의 말을 들어보자.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우리가 내리는 의사결정은 '미래의 나'라는 사람의 삻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늘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10대 시절 큰돈을 들인 타투를 지우는데 큰 돈을 쓴다. 중년들은 젊어서 서둘러 했던 결혼의 이혼을 서두른다. 노인들은 중년에 얻으려 했던 노력한 것들을 잃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식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착각을 가지고 돌아다닌다. 역사, 즉 내 개인의 역사가 방금 끝났고, 바로 얼마 전에야 나라는 사람이 늘 되어야 했던 바로 그 사람이 됐고, 남은 평생 계속 그 사람일 거라 착각한다."
이것이 장기적인 금융 계획에 어떤 양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라. 찰리 멍거는 복리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 불필요하게 중단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원하는 바가 계속 바뀌는데 어떻게 금융 계획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로널드 리드나 워런 버핏 같은 사람들이 그토록 성공한 데는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 복리가 제힘을 발휘하게 놔둔 덕도 있다.
금융 계획에서 양극단은 피해야 한다.
자신이 매우 낮은 소득에도 만족할 거라 가정하거나, 높은 소득을 위해 끝도 없는 긴 시간 노동을 택하는 것은 언젠가 후회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계획이 주는 이점, 즉 거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ㅇ는 소박함이나 거의 모든 것을 가질 때의 기쁨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의 마음이 변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매몰 비용(환불받을 수도 없는 과거의 노력에 얽매인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은 사악한 역할을 한다. '미래의 나'를 '과거의 나'의 포로로 만든다. 이는 마치 낯선 사람이 나 대신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과 다른 사람일 때 세웠던 금융 목표는 생명 유지장치를 달고 시간을 질질 끌게 아니라 가차없이 버리는 편이 낫다. 그것이 미래의 후회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더 빨리 이런 결단을 내릴수록, 더 빨리 새로운 복리의 마법을 시작할 수 있다.
사람은 변한다.
이토록 흔한 명제를 왜 자신의 투자에는 대입하지 않을까.
장기 계획을 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목표도, 욕망도 바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가격표
모든 것에는 가격이 있다. 그러나 모든 가격이 가격표에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2018년까지 50년 동안 S&P500 지수는 119배가 올랐다. 당신은 그냥 뒷짐 지고 앉아서 돈이 불어나도록 내버려두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투자 역시 밖에서 볼 때는 쉬워 보이는 법이다. 어디에서나 "주식을 장기 보유하라."는 말을 한다. 훌륭한 조언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주식가격이 붕괴하고 있을 때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버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투자에는 대가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 대가는 달러나 센트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가는 변동성, 공포, 의심, 불확실성, 후회로 지불해야 한다. 이것들은 모두 실시간으로 직접 상대해보기 전에는 간과하기 쉽다.
새 차를 갖고 싶다고 하자. 새 차의 가격은 3만 달러다. 당신에게는 세 가지 옵션이 있다.
- 3만 달러 제값을 지불한다.
- 값싼 중고차를 찾아낸다.
- 훔친다.
여기서 99퍼센트의 사람들은 세 번째 옵션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차를 훔쳤을 때 치러야 할 결과가 얻을 이익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 당신은 변동성과 격변을 받아들이며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 불확실성이 덜하고 수익도 덜한, 말핮자면 중고차 같은 자산을 찾아낼 수 있다.
- 자동차 절도죄에 해당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 당연히 수반되는 변동성을 피하면서 수익을 얻으려 시도해보는 것이다.
투자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 번째 옵션을 선택한다. 자동차 절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대가를 치르지 않고 수익을 얻기 위한 작전과 전략을 짠다. 사람들은 샀다가 팔았다가를 반복한다. 다음번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팔았다가, 다음번 호황이 오기 전에 사려고 시도한다. 약간이라도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변동성이 흔히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논리적으로 다음 단계처럼 보이는 방법을 취한다. 즉 변동성을 피하려 애쓰는 것이다.
너와 나는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나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금융 신호를 읽지 않도록 조심하라.
금융 세계에서 나쁜 개념이 하나 있다.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만큼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는 개념이다. 바로 '자산에는 단일한 합리적 가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정작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목표와 시간 계획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오늘 구글의 주가는 얼마여야 하는가? 그 답은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3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향후 30년간 구글의 예상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할인하는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야 좋은 가격이라고 할 것이다. 10년 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기술업계의 잠재력과 구글의 경영진이 비전을 실철한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격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내에 팔 생각인가? 그렇다면 구글의 현재 제품판매 사이클과 약세장이 오지 않을지를 눈여겨보라.
어느 자산에 탄력이 붙으면, 다시말해 한동안 해당 자산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면 일단 단기투자자들이 해당 자산의 가격이 계속 오를 거라 가정하는 것은 미친 생각이 아니다. 무한히 오를 거라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단기간만 오르면 된다. 모멘텀이 단기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꽤나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인 질주의 시간이다. 단기수익률의 모멘텀이 충분히 많은 돈을 끌어들이면, 대부분의 장기투자였던 투자자 구성이 단기투자로 옮겨가면서 거품이 형성된다. 이 과정은 자체적으로 강화된다. 투자자들이 단기수익률을 끌어올리면 더 많은 투자자가 모여든다. 머지않아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지배적 주체는 시간을 더 짧게 보는 투자자들이 된다. 거품은 가치 상승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현상, 즉 더 많은 단기투자자가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투자 시간 지평(Time horizons)이 줄어드는 현상의 징후일 뿐이다. 투자 후 매도하여 수익을 얻기까지의 기간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알면 놀랄 정도다.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으로 인해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나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나는 세상이 진짜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낙관하는 수동적 투자자다. 나는 향후 30년간 바로 그러한 성장이 내 투자에도 쌓여갈 거라 확신한다." 이렇게 미션 선언문을 써놓고 나면 관련 없는 모든 것, 이를테면 올해 시장 성적이 어땠는지, 내년에 경기침체가 찾아올지등은 내가 하는 게임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고, 그에 설득당할 위험도 없게 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30년을 내다보고 있는가?
아니면 10년 내에 현금화할 계획인가?
아니면 1년 내에 팔 생각인가?
아니면 데이 트레이더인가?
당신의 투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비관주의의 유혹
낙관주의는 제품 홍보처럼 들리고 비관주의는 나를 도와주려는 말처럼 들린다.
보통은 낙관주의에 베팅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부분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관주의는 우리 가슴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비관주의는 낙관주의보다 그저 더 흔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비관주의는 낙관주의보다 더 똑똑하게 들린다. 지성을 사로잡고,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낙관주의는 종종 리스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큰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 말해보라. 신문사에서 전화가 올 것이다. 내년에도 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거라고 말해보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제2의 대공황이 다가온다고 말해보라. TV에 출연하게 될 것이다. 좋은 시절이 올 거라고, 혹은 시장이 상승할 거라고, 혹은 어느 기업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고 말해보라. 평론가나 구경꾼이나 한목소리로 당신이 세일즈맨이거나 리스크를 모른다고 말할 것이다.
- 돈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 비관주의자들은 시장이 어떻게 적응해갈지를 고려하지 않고 미래를 추정한다.
- 진보는 너무 느리게 일어나서 알아채기가 힘들지만 파괴는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무시하기가 어렵다.
6개월간 주가가 40퍼센트 하락하면 온 미디어에 빨간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크게 동요한다.
하지만 6년간 주가가 140퍼센트 오르면 아무도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이것이 비관주의의 늪이다.
간절하면 믿게 되는 법이죠
매력적인 허구와 스토리는 왜 통계보다 강력한가.
경제나 사업, 투자, 커리어의 성장을 생각할 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먼저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고 ㅇ말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토리는 다른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강력한 힘을 경제에 미친다. 스토리는 경제의 유형적 부분이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연료, 내지는 우리의 능력을 억제하는 브레이크와 같다. 스토리가 좌우하는 세상에서 개인이 돈을 관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다.
무언가가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랄수록 그게 사실일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스토리를 믿을 가능성이 커진다.
인생에는 우리가 사실이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사실이라 믿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매력적인 허구'라고 부른다. 매력적인 허구는 우리가 돈을 생각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투자와 경제에 관해서 말이다. 당신은 똑똑하다. 해결책을 찾고 싶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고, 중대한 사안이 걸려 있다. 바로 이럴 때 매력적인 허구가 발생한다. 매력적인 허구는 아주 강력해서 거의 아무것이나 믿게 만든다.
간단한 예를 하나 보자. 알라 하자지라는 사람의 아들이 아팠다. 예멘인들이 모여 사는 그의 동네 어른들이 민간요법을 하나 제안했다. 아들의 가슴에 불타는 꼬챙이 끝을 밀어 넣어 병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이 방법을 쓴 후 하자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은 없고 아들이 아프면 뭐라도 믿게 되죠."
'사실이길 바라는 것'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실이어야 하는 것' 사이 간격을 더 크게 인식할수록 '금융 분야의 매력적인 허구'로 인한 피해자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
경기침체가 다가온다고 생각해서 미리 주식을 현금으로 바꿨다면, 경제에 대한 당신의 시각은 당신이 일어났을면 하고 바라는 일 때문에 갑자기 왜곡될 것이다. 사소한 소동이나 ㅁ고격담 하나도 마침내 올 게 왔다는 신호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그래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걸 바라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강력한 동인이다. 나의 금융 목표 및 전망에 이런 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상에 대한 관점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우리는 그 구멍을 메우기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주치면 보통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나만의 시각과 세상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험이 아무리 제한적이라고 해도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복잡한 세상이 이해가 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실상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구멍들을 채워줄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준다. 그런 스토리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경제적인 영향은 환상적인 것이 될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다.
세상의 원리에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왜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지 내가 완전히 오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오해로 인해 다음번에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내가 알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다. 주식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에는, 세상이 당신 생각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는 탓도 있다. 당신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유를 나는 이해조차 할 수 없고, 내가 맹목적으로 당신을 따라 할 경우 해당 의사결정은 당신에게는 맞는 것이어도 나에게는 참사가 될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인정하는 것은 나의 통제를 벗어난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우리는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세상에 살 고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필요를 충족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권위 있게 들리는 사람들에게 의지한다.
돈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 몇 가지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일이 잘 풀릴 떄는 겸손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일이 잘못도리 때는 용서와 연민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좋은 경우도, 나쁜 경우도 결코 없다. 세상은 크고 복잡하다. 행운과 리스크는 모두 실재하며 식별하기가 어렵다.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나를 판단할 때도 겸손을 찾고 용서와 연민을 생각하라. 행운과 리스크의 힘을 존중한다면 실제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에 초점을 맞출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올바른 모델을 찾을 확률도 커질 것이다.
자존심을 줄이고 부는 늘려라.
저축이란 당신의 자존심과 소득 사이에 생긴 틈이고, 부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미래에 더 많은 것 혹은 더 많은 옵션을 갖기 위해, 오늘 내가 살 수 있는 것을 사지 않을 때 부가 만들어진다.
밤잠을 설치지 않을 방법을 택하라.
돈을 관리함에 있어서는 밤잠을 설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최고 수익률을 노려야 한다거나 소득의 몇 퍼센트를 저축하라고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게 내가 밤에 잘 자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기준은 모든 금융 의사결정에서 누구에게나 최고의 이정표다.
시간을 보는 눈을 넓혀라.
더 나은 투자자가 되고 싶을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시간 보는 눈을 넓히는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작은 것을 크게 키우고, 큰 실수를 약화시킨다. 시간이 행운과 리스크를 돌려 놓을 수는 없지만, 기다린 사람에게 그 가까운 곳까지 결과를 밀어줄 수는 있다.
포트폴리오는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보라.
많은 것이 잘못되더라도 개의치 마라. 절반을 틀려도 여전히 큰돈을 벌 수 있다. 왜냐하면 소수의 작은 것들이 다수의 결과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투자나 비즈니스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어도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하는 데 돈을 써라.
내 시간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은 행복을 가로막는 보편적이고 강력한 장애물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말 중 가장 강력한 한마디를 다시 반복하겠다. 당신이 원할 떄, 원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능력은 돈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남에게 더 친절하고, 자신에게 덜 요란해져라.
당신이 가진 물건에 열광하는 것은 당신 자신뿐이다. 당신이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닐 때 사람들은 차를 보지 당신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해보자.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저축하라. 그냥 저축하라.
저축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 계약금, 비상시 의료비를 위해 저축하는 것도 훌륭하다. 그러나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목적을 위해 저축하는 것도 최고의 이유가 된다. 누구에게나 삶은 놀랄 일들의 연속이다. 특별히 용도를 정해두지 않은 저축은 최악의 순간 당신을 놀라 자빠지게 만들 수도 있는 사건에 대한 대비책이다.
성공을 위한 비용은 기꺼이 지불하라.
가치 있는 것중에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성공적인 투자에도 비용이 드는 법. 그러나 가장 큰 비용에는 눈에 보이는 가격표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불확실성, 의심, 후회는 돈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용이다. 이런 것들은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을 수수료로 보아야지, 벌금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실수의 여지에 항상 대비하라.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 그리고 내가 잘살기 위해 꼭 일어나야 하는 일,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당신을 인내하게 만든다. 이러한 인내는 시간이 지나면 복리가 마법을 부리도록 만들어준다. 혹시 있을지 모를 실수의 여지에 대비하는 것은 보수적인 방책처럼 보이지만, 이 덕분에 파산하지 않고 게임을 계속 이어나갈 수 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값어치는 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결정을 내릴 때 극단적 선택을 피하라.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목표가 바뀌고, 욕망이 바뀐다. 따라서 금융과 투자에 관련한 과거의 결정이 극단적이면 극단적일수록 변해가는 당신이 후회할 가능성도 커진다.
리스크를 좋아하라.
사람들의 예측 능력은 형편이 없다. 또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사건은 느닷없이 일어난다. 그러니 리스크는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좋아하라. 시간이 지나면 제값을 할 것이다.
나의 게임이 무엇인지 정의하라.
모든 사람은 목표가 다르고 계획이 다르다. 즉 나의 게임과 너의 게임은 다르다. 따라서 같은 주식과 채권을 사더라도 이후의 행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부화뇌동해선 안된다. 나의 행동이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게끔 하라.
돈 문제에 있어 각자의 의견은 다르다. 혼란을 존중하라.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도 돈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사람마다 목표와 욕망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답은 없다. 오직 나에게 맞는 답이 있을 뿐이다.
나의 투자 이야기
나는 부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독립성을 갖고 싶었다.
나의 저축 전략
언젠가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부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독립성을 갖고 싶었다." 그렇다. 부자가 되는 것은 제쳐둘 수 있다. 그러나 독립성은 그럴 수 없다. 독립성은 늘 나의 경제적 목표였다.
나는 대출 없이 집을 샀다. 금융과 관련해 지금까지 내린 최악의 결정이지만, 돈 문제와 관련해 내린 최고의 결정이도 하다.이성적인 조언자라면 누구든 값싼 대출금을 활용하고 남은 저축으로 주식처럼 수익률 높은 자산에 투자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냉철하게 이성적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심리적으로 적당히 합리적이면 그만이었다. 내 집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독립적인 기분은 내가 값싼 대출을 이용해 자산을 늘렸을 때 얻을 이득을 훨씬 능가한다. 매달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내 자산의 장기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는 내 결정의 흠결을 지적하는 사람들, 혹은 절대 나와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굳이 내 결정을 방어하려들지 않는다. 이론상으로 따지면 방어할 수가 없는 결정이다. 다만 우리 가족에게는 맞는 결정이다. 우리는 이 결정이 마음에 든다. 이것이 중요하다. 좋은 의사결정이 언제나 이성적인 의사결정은 아니다. 살다 보면 행복할 것인지 '옳을' 것인지 둘 중에 선택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우리 가족은 대부분의 재무 상담가들이 추천하는 것보다 자산 내 현금 비중을 높게 유지한다. 주택가치를 제외한 자산의 20퍼센트쯤 된다. 이 역시 이론상으로는 방어하기가 힘들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가족에게 맞을 뿐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독립성에 있어서는 현금이 산소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보유한 주식을 어쩔 수 없이 파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큰돈을 쓸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경우를 최대한 0에 가깝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보유한 주식을 최대한 오랫동안 몸집을 키울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찰리 멍거가 멋지게 표현할 것처럼 말이다. "복리의 첫 번째 규칙은 절대로 쓸데 없이 손대지 않는 것이다."
나의 투자 전략
투자에 대한 내 생각을 요약하면 이렇다. '모든 투자자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가장 높은 전략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 대부분 저비용 인덱스펀드에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계속 투자해가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편없는 투자자가 돼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덱스펀드를 가지고 있기로 한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쉬운 결정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논리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시장수익률을 이기는 것이 직업은 내 친구들은 말이다. 나는 친구들이 하는 일을 존중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이게 맞다.
'투자 노력과 투자 결과 사이에는 상관성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꼬리 사건들이 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변수가 결과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당신이 투자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당신의 전략을 크게 좌우할 두세 가지를 놓치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의 투자 전략은 투자 대상을 잘 선택하거나 다음번 경기침체 시기를 잘 포착하는 것과는 상관없다. 그저 높은 저축률과 인내심, 세계 경제가 향후 수십 년간 가치를 창출할 거라는 낙관적 시각에 의존한다. 투자를 위한 노력의 사실상 거의 전부를 이 세 가지를 생각하는 데 쏟고 있다. 특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앞의 두 가지, 저축률과 인내심에 말이다.
나는 과거에 투자 전략을 바꾼 적이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당연히 투자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저축이나 투자 방법이야 어떻게 바뀌든 목표는 항상 독립성일 것이며, 밤에 깊이 잠들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것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나의 최종 목표다. 돈의 심리학에 통달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다. 그리고 미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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