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포츠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

최근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100호골을 넣었다.

 

 직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와서 치킨에 맥주를 준비해서 손흥민이 출전하는 토트넘 경기를 보면 얼마나 즐거운가? 그날 손흥민이 멋지게 감아 차기로 골이라도 넣는 날이면 잠은 다 잔 거다. 치솟아 오르는 아드레날린에 환호성을 지르며 커뮤니티로 달려가 사람들과 손흥민의 골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써 내려가고 있는 업적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지에 대해서 신나게 채팅을 남길 것이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 무미건조했던 당신의 일상에 손흥민은 뜨거운 감동과 희열을 선사해 줬다.
• 그에 상응해서 당신은 프리미어 리그 시청률을 올려주고 관련 스포츠 기사의 조회수를 올려주고 손흥민이 나온 광고제품을 구매한다.

 

손흥민의 이력은 점점 화려해지지만 내 이력에는 변화가 1도 없다.

손흥민 소속팀 팀원들의 경력과 포지션은 속속들이 알지만 정작 내 회사 옆자리 팀원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다.

 

물론 나도 축구를 좋아하고 손흥민이 골 넣는 장면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게 자랑스럽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내 주관심의 대상은 나와 내 주변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물론 힘들고 외면하고 싶기 때문에 더욱 스포츠에 몰두하고 눈을 돌려 외부를 바라보게 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나를 응원해주지 않는데 누가 날 응원해 주겠는가?

손흥민은 나 말고도 응원해 줄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를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시간에 나는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고 생각을 더 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