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반도체는 현대판 마술이다.
목차
PART I 냉전의 칩
PART II 아메리칸 월드의 회로망
PART III 리더십의 상실?
PART IV 되살아난 미국
PART V 집적회로에 갇힌 세계?
PART VI 해외 이전은 혁신인가?
PART VII 중국의 도전
PART VIII 반도체로 숨통을 조이다
왜 칩이라고 하는가?
칩 == 반도체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는 잉곳을 절단해서 만든 웨이퍼의 모양이 감자칩같이 생겨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 작은 칩을 두고서 전 세계가 경쟁하고 싸우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트랜지스터 발명과 직접 회로
전자의 흐름을 흐르게 또는 흐르지 않게 조절가능하다면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도체란 결국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장치인 것이다. 이 반도체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이룰 수 있을지 1940대에는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1948년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은 진공관을 대체하는 소자인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최초로 발명하였다.
그리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잭 킬비는 휴가 시즌에 숫자의 폭정을 잠재울 직접회로(Integrated circuit)를 만들었다.
반도체 대량생산을 위한 마지막 퍼즐, 포토 리소그래피
포토 리소그래피(Photo Lithography), 빛으로 인쇄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대량생산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즉, 빛으로 전자가 이동하는 전선(wires)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여덟 명의 반란자
노벨상에 빛나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쇼클리의 쇼클리 랩에서 나온 "여덟 명의 반란자"는 투자를 받아서 페어차일드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를 설립한다. 페어차일드반도체의 연구개발 과정 운영자가 된 고든 무어는 훗날 연산력의 지수함수적 증가를 묘사하기 위해 '무어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그리고 "여덟 명의 반란자"의 우두머리였던 밥 노이스는 반도체의 민간 판매에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페어차일드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결국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였고, 동부 해안에서 지분을 나누는 것은 "소름 돋는 사회주의" 발상으로 취급되었다. 이는 머잖아 모두가 탈출을 모색하게 되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직원들은 미국의 서쪽 해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머지않아 그들은 집적 전자 공학(Integrated Electronics)을 줄여서 인텔(Intel)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한다.
죽음의 나선
트랜지스터는 미국에서 발명되었지만, 이를 극한으로 활용한 것은 일본이었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일본의 소니는 반도체 거의 대대분의 분야에서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소니는 미국 기업의 트랜지스터 상표권을 가져와서 워크맨, 전자계산기등 시대를 선도하는 제품들을 생산하여 크게 성장한다. 그리고 컴퓨터의 기억을 담당하는 D램에 있어서도 일본 기업들이 미국을 앞서면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적의 적은 친구다" : 떠오르는 한국
한국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만든 칩의 조립과 패키징을 아웃소싱하는 중요 장소였다. 삼성의 이병철은 도시바나 후지쓰 같은 기업이 D램 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실리콘밸리는 삼성의 반도체 진출을 환영했다. "한국인들과 함께하면" 그들이 일본 생산자들보다 더 저가로 판매할 테니, 일본이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덤핑을 하는" 전략을 쓰더라도 세계 D램 시장을 독점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일본의 칩 제조사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것은 D램 시장만이 아니었다. 기술도 함께 제공했다. 실리콘밸리의 D램 생산은 거의 파탄 나 있었기에, 최고 수준의 기술을 한국에 전수하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었다.
"냉전은 끝났고 당신들이 이겼소"
일본의 공세를 어떻게든 막아내면서 미국의 반도체 시장은 회복한다. 한국의 D램 공세에 일본은 상당 부분의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이데올로기 적수였던 소련이 무너진다. 미국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직접회로에 갇힌 세계?
모리스 창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본인의 희망대로 CEO가 되었다면 그는 밥 노이스나 고든 무어의 반열에, 명실상부한 반도체 업계 최상층에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대만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전권을 맡기고 백지수표를 써주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모리스 창의 마음이 끌렸다.
고객이 설계한 칩을 생산해 주는 반도체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1970년대 중반부터 모리스 창이 머릿속에서 굴려 오던 아이디어였다. 전화기에서 자동차, 식기세척기까지 모든 제품에서 칩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창의 논리에 따르면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반도체 생산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못하니, 반도체 제조에 특화된 전문 기업에 아웃소싱할 것이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고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 제조 설비의 가격과 연구개발 비용도 상슬할 수밖에 없다. 칩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만이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창은 파운드리(foundry)라는 개념을 절대 잊지 않았다.
TSMC의 출범은 모든 칩 설계자들에게 의존할 만한 파트너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TSMC는 절대 칩을 설계하지 않고 그저 만들기만 하겠노라고 모리스 창은 약속했다.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고 그저 만들기만 하겠다.'
반도체 산업에서 모리스 창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저자", 즉 팹리스 칩 설계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그로 인해 모든 종류의 기기에 칩이 탑재되고 연산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리소그래피 전쟁
리소그래피 회사들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248 혹은 193 나노미터의 파장을 지닌 심자외선광(deep ultraviolet light, DUV)을 사용하는 장비를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칩 제조사들이 그보다 더 정교한 리소그래피 장비를 요구할 날이 머지않았다.
인텔은 13.5 나노미터의 파장을 지닌 "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 EUV)"을 원했다. 파장이 짧으면 짧을수록 칩에 새겨 넣을 수 있는 기능과 부품 또한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작지만 성장하는 네덜란드 리소그래피 회사 ASML은 1984년 네덜란드 가전 회사 필립스의 내부에 있던 리소그래피 분과가 떨어져 나와 설립된 회사였다. ASML이 위치한 곳은 벨기에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네덜란드 도시 펠트호번(Veldhoven)이었는데, 이곳은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세계 정상급 회사가 자리 잡을만한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ASML은 미국의 연구소들의 도움과 여러 업체들의 기술을 모아서 몇십 년 간의 노력 끝에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는 단 하나의 리소그래피 공급망이 되었다.
30년, 수십억 달러, 수많은 기술 혁신,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급망을 통해 2010년대 중반 ASML의 극자외선 장비는 드디어 현실이 되어 이제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반도체 팹에 배치될 날만 기다리면 될 터였다.
애플 실리콘
핸드폰이 반도체 소비의 블랙홀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TSMC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체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나마 유일한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삼성이 있었지만, 삼성은 설계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사에게 생산을 맡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폰 뒷면에 표시된 "캘리포니아의 애플 설계, 중국에서 조립"은 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아이폰에서 가장 대체불가능한 부품이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조립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대만뿐이다.
2020년대 말, 최첨단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단 둘, TSMC와 삼성뿐이다. 여기서 미국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두나라 모두 같은 지역에 있고, 따라서 같은 이유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첨단 프로세서 생산은 모두 대만과 한국에서 이루어지며 전 세계의 반도체 수요가 두 나라에 달려있는데, 이 두 나라는 최근 급부상한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와 지척에 있다. 바로 좁은 바다 건너편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이다.
반도체로 숨통을 조이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자본과 시간을 벌기 위해서 중국 기업과의 합작 회사를 통해서 기술을 이전해주고 있다.
AMD를 예시로 들면서 AMD가 "핵심 기술(crown jewel)"과 "미래 성장 동력(key to the kingdom)"을 중국에 팔아 치웠다고 표현한다.
칭화유니그룹과 같이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들이 호시탐탐 경쟁에서 뒤떨어진 미국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 그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일본의 소니, 한국의 삼성, 그리고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화웨이, 미국이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서 화웨이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미국산 기술을 통해 만든 모든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로 화웨이의 성장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동시에 연약해 보이기까지 한다. 미국과 직접적으로든 아니면 미국의 우방국들에 의해서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어서 미국이 중국을 향한 칩 조르기(chip choke), 무기화된 상호의존(weponized interdependence)을 펼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정리하자면
- 반도체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그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 돌아간다. 이는 변하지 않는다.
- 반도체의 모든 공정을 하나의 국가, 하나의 기업이 모두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든다.
- 반도체 공정은 수많은 기업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 이 네트워크망을 이루는 기업들 대부분이 대체불가능하며 동시에 병목지점이다.
- 이 대체불가능한 기업들의 대부분이 동아시아에 포진되어 있다.
- 대만과 한국의 안보 위협은 반도체 시장 전체에 대한 안보 위협과 동일하다.
- 코로나를 거치면서 반도체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재평가하게 되었다.
- 중국의 반도체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읽고 나서 생각한 것들
- 반도체 제조 즉, 파운드리 관련해서는 후발주자가 절대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이 되어버렸다. 초기 진입비용이 말도 안 되게 비싸기 때문이다. TSMC, 삼성전자의 지위가 흔들릴 여지는 매우 적다. 인텔이 뒤늦게 분발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전쟁을 불사하는 자세로 대만을 협박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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